2023 수능/국어 - 현대시

<누룩>, 이성부

의대 가고싶은 샐리 2022. 9. 28. 18:00

누룩 한 덩어리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림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아 지금 감춰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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