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엠제이비(MJB, 커피의 일종)의 미각을 잊어 버린 지도 이십여 일이나 됩니다.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오고 체전부(遞傳夫, 우체부)는 이따금 '하도롱' 빛 소식(갈색 봉투에 담긴 편지)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농부들의 생활)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이 생겼나봅니다. 나도 도회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 건너편 팔봉산에는 노루와 멧돼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기우제 지내던 개골창(개울)까지 내려와서 가재를 잡아먹는 곰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짐승, 산에 있는 짐승들을 가로잡아다가 동물원에 갖다 가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짐승들을 이런 산에다 내어 놓아준 것만 같은 착각을 자꾸 느낍니다.밤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