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인 남편을 둔 나는 아틀리에에 들렸다가 딸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남편을 보게 된다. 인물화는 그리지 않던 남편이 딸을 그려주는 모습에 야릇한 질투심을 느낀다. 딸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연인 같다는 느낌까지 들자 나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듯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딸과 남편은 뜨악하게 보면서도 만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나는 여비를 두둑이 받고 온천이 많은 곳으로 여행을 간다. 관광호텔의 온천을 전전하다가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이름모를 호숫가에 내린다. 삭막한 겨울만큼이나 황량한 마음을 녹일 곳을 찾다가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가게 된다. 여인숙 아주머니는 지나칠 정도로 고개를 굽신거리며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꽁꽁 언 몸을 보더니 안방으로 안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