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국어 - 고전소설

<화산중봉기(華山重逢記)> 줄거리

의대 가고싶은 샐리 2022. 9. 13. 23:42

* 줄거리

김선옥의 조부인 김완국이 간신의 모함을 받아 적소(謫所 귀양지)로 떠나 죽고 가족들은 고향인 안동으로 낙향한다. 고향에서 지내던 중 김선옥은 절에서 수학(修學 학문을 닦음)하게 되는데, 집에 몰래 내려와 보니 부인의 침소(寢所 사람이 잠을 자는 곳) 사창(紗窓)에 남자의 의관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부인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오해하고 가출하여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이에 부친인 김 처사는 아들을 찾아 주는 사람에게 가산(家産)의 반을 준다고 한다. 그러자 재산을 탐낸 팔촌 김형옥이 김선옥과 용모가 비슷한 인물을 데려오니 모두 반기나 김선옥의 처(이 씨)만은 가짜임을 알아보고 남편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친정으로 쫓겨난다. 이 일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임금이 알게 되는데, 이에 임금은 진 어사를 보내어 사건을 해결하라고 한다. 진 어사는 전국을 3년 동안 돌아다닌 끝에 김선옥을 찾아내고 그를 집으로 데려와 사건을 해결한다. 그 후에 김선옥은 과거에 급제하고, 일본이 변방(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을 침범하자 김선옥이 정남도원수로 출정하여 대승을 거둔다. 그리고 조부를 모함한 간신의 죄를 상주(上奏 임금에게 말씀을 아뢰던 일)하여 제주에 안치시킨다. 이후 김씨 가문은 부귀영달을 누리게 된다.

 

* 본문 발췌

[앞부분의 줄거리] 선옥이 부인 이 씨를 오해하여 집을 나가자 선옥의 팔촌인 형옥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가짜 선옥을 데리고 와 진짜 행세를 하게 한다. 그런데 선옥의 부인 이 씨만이 가짜 선옥이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채고, 다른 가족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임금은 진 어사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명하고, 진 어사는 진짜 선옥을 찾아내어 집으로 데려온다.

그 중이 엎드려 고하였다.
“소승이 어려서 집을 잃고 거리로 방황하다가 이 절을 집으로 알고 잔명을 겨우 부지하옵거늘, 이제 분부는 천만의외로소이다.”
어사가 그제야 마패와 수의(衣)를 내어놓고 크게 꾸짖어 이르기를,
“네 일향(一向) 종적을 은닉하려 하니 그 죄 네 가지라. 읽을 것이니 들어 보라. 왕명 아래에 늘 은휘(隱諱)하니 이는 곧 임금을 속이는 것이라, 대역부도(大逆不道)하니 죄 하나요. 부모를 버리고 천륜을 괴란(壞亂)케 하니 이는 곧 무부무모(無父無母)라, 불효막심이니 이두 죄상은 방형(邦刑)을 면치 못할 것이요. 또 가처(家妻)의 천고 정절을 생각지 아니하고 청춘에 주륙(誅戮)을 받게 하였으되, 돌아가 한잔 술로 고혼(孤魂)을 우리도 아니 하고자 하니 이것이 곧 네 인정(人情)인가? 인정이 아니면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이요, 또한 이 씨 원한은 어디로 미치리오? 봉명(奉命)한 왕신을 일정(一定) 속이어 조정에 돌아가 죄를 당하게 하니 이는 곧 조정을 능멸함이다. 이 두서너 죄상은 감사정배(減死定配)를 어찌 면하리오? 네 이제 네 가지 죄를 범하였으니 죽기를 두려워하거든 바로 아뢰어라.”
라고 하였다. 그 중이 그제야 땅에 엎드려 대답하였다.
“엄문지하(嚴問之下)에 일향 기망(欺罔)하리까? 소승이 과연 김선옥이거니와 상공이 어찌 아셨나이까?”
어사가 말하기를,
“모든 것이 왕령으로 명한 바가 않음이 없도다. 안동에 이르러 가짜 선옥을 보고 그와 같은 인물을 살폈더니, 이제 네 모양이 가장 방불(彷佛)한지라. 뜻하건대 가짜 선옥이 네 모양과 흡사하기로 노의 부모가 착오한 것이니, 이제 너를 찾은 것은 가짜 선옥의 용모로 빙고(憑考)한 것이요. 네 또한 작야(昨夜)에 나의 설화(說話)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제 또 나의 가곡을 듣다가 혼절하매 이로조차 알았노라. 그러나 그대는 대대로 경상가의 후예라, 학업에 힘써 용문(龍門)에 오르면 반드시 고관대작을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이 쉽게 할 것이거늘, 무슨 연고로 양친의 슬하를 떠나 윤리를 저버리며 이성지친(二姓之親) 맺은 의(義)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금술을 끊어 후사(後嗣)를 끊게 하니 이도 또한 불효이라. 불효 중에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크거늘 삭발은 무슨 일인가? 전후 생각한 바를 일일이 고하라.”
라고 하였다.

이 씨가 고하였다.
“부부가 비록 이성지친(二姓之親)이오나 또한 오륜의 한 가지이라. 이러므로 공자가 가라사대, ‘군자지도(君子之道)가 조단호부부(造端乎夫婦)’라 하였사오니, 부부지도가 또한 중대할지라. 부부의 정은 부자의 정을 따르지 못하겠거니와 그 외양의 현저한 면목이야 길 가는 사람일지라도 알아볼 것인데, 삼종지도(三從之道)를 지키는 여자가 어찌 그 장부를 모르리까? 이제 저놈이 분명 부군이 아니나 시부모와 친척이 모두 가부(家夫)라 하니, 미망인은 고독단신이라 아무리 바른 대로 하오나 깨닫지 못할 뿐이 아니라, 도리어 미망인을 심병이라 하고 시가에 내쳤나이다. 미망인의 깊은 마음은 하늘이 세상을 굽어보시니 다른 간사한 실상은 발명(發明)치 못하겠사오며, 이제 죽기를 두렵거든 마음을 고치라 하시니 알지 못하겠나이다. 대인이 조정의 명망이 어떠하시며, 금일 소임이 존위가 어떠한 지위여서 살기를 탐하여 의로움을 잊는 사람이 되라고 시골의 어리석은 백성을 가르치시니이까? 옛 말씀에 하였으되, ‘만승지군은 빼앗기 쉬우나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뜻은 빼앗지 못한다.’ 하였으니, 이제 왕명으로 죽이시면 진실로 달게 여기는 바이오나, 다만 부군을 만나지 못하고 죽사오면 미망인의 원혼은 구휼할 것이 없을 것이요, 일후에 부군이 비록 돌아와도 진위를 분변할 자가 없사오니 가부의 신세가 마침내 걸인을 면치 못할지라.” 
라고 하고 죽기를 재촉하였다. 어사가 크게 노하여,
“네 일개 요망한 여자가 심성이 교악(狡惡)하여 아래로 김씨 문중의 천륜을 의혹케 하고, 위로 천청(天聽)을 경동(驚動)케 하여 조정과 영읍이 분란케 되었으매, 벌써 거리에 머리를 달아 여러 백성을 징계할 것이로되, 성상의 호생지덕(好生之德)으로 나를 보내셔서 십분 자세히 살피라 하시어, 내 여러 고을에서부터 너의 요사스럽고 바르지 못한 심정을 이미 알았으나 성상의 관인대도(寬仁大道)를 본받아 형장을 쓰지 아니하고 좋은 말로 자식같이 타일렀으니, 사람이 목석이 아니거늘 일향 고집하여 조정 명관(命官)을 무단히 면박하며 난언패설(亂言悖說)로 송정(訟庭)에 발악함이 가하겠는가?”
하고 종인을 꾸짖어,
“이 씨를 형추(刑推) 거행하라.”
하였다. 선옥이 소리를 크게 하여 나졸을 불러,
“병자 이 씨를 형추하라.”
하니, 나졸들이 미처 거행치 못하여, 문득 이 씨가 가마 속에서 크게 외쳐 이르기를,
“어사는 왕인(王人)이라, 이 곧 백성의 부모요, 상하 관속은 모두 나의 집 하인이라.”
하고 가마의 주렴을 떨치고 바로 청상(廳上)에 올라 어사의 종인을 붙들고,
“장부가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왔나뇨?”
하며 인하여 혼절하니, 통판이 딸아이의 혼절함을 보고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약을 갈아 입에 넣고 사지를 만지며 부르짖었다. 
낭자가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눈을 들어 보니 부군이 또한 기절해 있었다. 부친으로 더불어 구료(救療)하니, 대청 위아래에서 보는 자가 놀라 괴이하게 여기지 않은 자가 없었고 처사의 부부와 송정에 있던 자가 그 곡절을 알지 못하고 여러 사람이 서로 보아 어떻게 할 바를 깨닫지 못하며, 가짜 선옥과 형옥은 낯이 흙빛이 되어 떨기를 마지 아니하더라.
이때 어사가 광경을 보니 이 씨의 절개도 갸륵하거니와 그 선옥의 진위를 아는 지혜를 마음으로 더욱 탄복하고 몸소 창밖에 나아와 이 씨와 선옥을 데리고 들어와 즉시 이 씨로 수양딸을 정하였다. 
이 씨가 부녀의 예로 뵈니 어사도 선옥과 이 씨를 가까이 앉히고 이 씨더러 물었다.
“여아는 어찌 가부의 진가를 알았느뇨?”
이 씨가 대답하였다.
“가부의 앞니에는 참깨만 한 푸른 점이 있사오매 이로써 안 것이요, 다른 데는 저놈과 과연 추호도 차이가 없도소이다.”
어사가 그 영민함을 차탄하고 선옥에게 일러,
“너의 가처가 나의 여아가 되었으니 너는 곧 나의 사위라. 너희 둘이 이제 만났으니 각각 정회도 펴려니와 우선 네가 절에서 떠난 연고를 자세히 하여 피차 의혹되는 마음이 없게 하라.”
라고 하니, 선옥이 주저하고 즉시 말을 못 하였다. 낭자가 말하였다.
“장부가 할 말이면 반드시 실상으로 할 것이거늘 어찌 이같이 수삽(羞澁)하십니까?”
선옥이 그제야 낭자를 향하여 말하였다.
“내 모년 모월 모일 야(夜)에 중의 의관을 바꾸어 입고 내려와 그대의 처소에 이르러 보니 그대 어떤 의관한 남자와 더불어 기롱(譏弄)하는 그림자가 창밖에 비쳤으매, 매우 분노하여 들어가 그대와 그놈을 모두 죽이고자 하다가 도로 생각하니, ‘만일 그러하면 누명(陋名)이 나타나 나의 집안의 명성이 더러워질 것이라. 차라리 내 스스로 죽어 통한한 모양을 아니 보리라.’ 하고 강변에 나아가 굴원을 찾고자 하다가 차마 물에 들지 못하고 도로 절을 향하여 오다가 또 생각하니, ‘내 만일 집으로 돌아가면 그 분한 심사를 항상 풀지 아니할지라. 이러할진댄 어찌 실가(室家)의 즐거움이 있으리오? 차라리 내 몸을 숨겨 세상을 하직하고 세월을 보내리라.’ 하여 그길로 운산을 바라보고 창망히 내달려 우연히 함경도 단천 땅에 이르러 상원암이라 하는 절에 들어가 수운 대사의 상좌(上佐)가 되었으나, 대인을 만나 종적을 숨기지 못하고 이제 이같이 만났으니 알지 못하겠도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더뇨?”
낭자가 눈물을 흘려 의상을 적시며 이르기를,
“장부가 이렇게 나의 마음을 모르나뇨? 이같이 의심할진댄 어찌 그때 바로 들어와 한을 풀지 아니하였나뇨? 그때 그 사람은 지금 송정에 있으매 장부가 보고자 하나이까?”
하고 시비 옥란을 부르니 마루 아래에 이르렀다. 낭자가 가리켜 말하기를,
“이 곧 그때의 의관한 남자라.”
하니 선옥이 물었다.
“여자가 어찌 의관이 있으리오?”
낭자가 대답하였다.
“첩에게 묻지 말고 옥란에게 물어보소서.”
하니, 선옥이 옥란에게 물었다.
“네가 육 년 전 모월 모일 야(夜)에 어떤 의관을 입었더뇨?”
옥란이 반나절이나 생각하더니 고하였다.
“소비(小婢)가 그때 아이 적이라, 
낭자가 공자의 도복을 지으시매 앞뒤 수품과 길이 장단이 맞는가 시험코자 하여 소비에게 입히시고 두루 보실 제, 소비가 어리고 지각이 없어 공자가 절에서 보낸 갓이 벽에 있거늘 장난으로 내려 쓰고 웃으며 낭자께 여쭈되, ‘소비가 공자와 어떠하나이까?’ 하니, 낭자가 또한 웃으시고 꾸짖어 바삐 벗으라고 하기로 즉시 벗어 도로 걸었사오니 이 밖에는 의관을 입은 적이 없사옵니다.”
라고 하였다. 
선옥이 듣기를 다하고 자기의 지혜가 없음과, 빙설같은 이 씨를 의혹하던 일과, 이 씨의 중간 축출하던 일을 일일이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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