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나의 마음, 나의 하루

새벽 3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서 집을 나섰다.

의대 가고싶은 샐리 2024. 1. 6. 05:07

아니, 어쩌면 5평짜리 단칸방이 갑갑한 것이었을지도.

요즘 나는 "백수 아닌 백수같은 애"를 담당하고 있다.

 

*

한가지 터놓고 얘기하고 싶다.

 

30대에 수능을 본다고 스스로 떠들어대서,

주변 친구들에게서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다.' 라는 응원을 잔뜩 받았지만은..

결국 2년 동안의 나는 수험생을 가장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활발한 경제활동인구일 당시,

이직하면서 중간중간 텀이 있을 때마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놈인지 새삼 깨닫곤 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학원, 학교, 직장 등등의) 가야할 곳을 정하지도, 정해지지도 않은 채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말그대로 허송세월의 나날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우울증이 얕게? 아니 좀 두텁게 깔려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죽고 싶다는 급성 충동은 들지 않지만, 삶의 의욕도 잃은 상태...

 

10대의 꿈, 20대의 열정이 사라진 나의 30대는 그랬다.

 

**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과거의 나에게)

공부를 한다고 주변인에게 선포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물론 다짐을 널리 퍼뜨려서 얻는 좋은 점도 있다.

따로 변명할 필요도 없이

1년 동안에 사적인 약속을 잡지 않고, 인간관계를 돌보지 않는 데에 면죄부가 된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꼭 중요한 결혼식과 장례식엔 가야만 했다.)

 

그러나 "본인이 한다고 해놓고 열심히 안하니?" 라는 압박이

사방에서 오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그래.. 그 압박이 나를 다잡아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혼자 하는 다짐이나, 남에게 하는 다짐이나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보면서

그냥 스스로 다잡기로 하자.

 

자기 인생과 시간을 갈아넣는 그 본인이 가장 힘들 텐데,

'당연히 열심히 하고 있지?', '무조건 잘 될 거다.' 등의 말들은 응원이라기 보다.. 그저 무겁다.

응원들이 감사한 동시에 감사하지 않았다...ㅜㅜ

 

"열심히 해야지만이

합격하든지 못하든지 그 시간들이 의미있지 않겠나."

라는 통념이 나를 갉아먹었다.

 

내가 힘들고 우울해도, 수험 생활 바깥의 사람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그러게, 누가 하래?' 라는 답밖에 돌아오지 않아서...

약한 소리를 못했다. 또 내가 (뭔가 어이없지만) 다 큰 어른이기도 해서!

 

***

나태한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들에게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갈 길이 멀어보여 막막해서 그런 것이고,

어디서부터 처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다.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나쁘다거나 옳지 않다고 판단할 순 없다.

후회 없이 알차게 살지 못했다고 가슴앓이 하지 말아라.

 

각각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누군가는 운동이 쉽고, 누군가는 음악이 쉽게 느껴지듯이

 

그에 반해 또 각자 부족한 점도 가지고 태어날 테다.

꾸준히 노력하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또 그러므로 나의 아주 작은 재능일지라도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