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국어 - 고전시가

<상춘곡>, 정극인

의대 가고싶은 샐리 2022. 9. 11. 08:44
원문
현대어 풀이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못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 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 주인(風月主人) 되어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 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 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ᆡ 다ᄅᆞᆯ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에 안자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한중 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ᄒᆞ새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ᆫ 날ᄃᆞ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ᄒᆡ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ᄒᆞᆫ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인고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보니
천촌 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공명(功名)도 날 ᄭ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예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아모타 백년 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옛 사람의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
세상에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지만은
산림에 묻혀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꽃다운 풀은 가랑비 내리는 중에 푸르도다. 
칼로 잘라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물아일체이거늘, 흥이야 다를소냐.
사립문 주변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니 
거닐며 시를 읊조려 봐도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혼자구나.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풀을 밟는 것은 오늘하고,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하세. 
갓 쪄서 익은 술을 칡뿌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붉은 꽃잎은 옷에 진다.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맑은 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붙들고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안개와 노을, 빛나는 햇살은 수 놓은 비단을 펼쳐논 듯.
엊그제 거뭇하던 들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명예와 부귀도 나를 꺼리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누추한 곳, 가난한 생활에도 헛된 생각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들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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