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국어 - 고전시가

<도산십이곡>, 이황

의대 가고싶은 샐리 2022. 9. 28. 17:39
원문
현대어 풀이
이런들 엇더ᄒᆞ며 뎌런들 엇더ᄒᆞ료.
초야우생(草野遇生)이 이러타 엇더ᄒᆞ료.
ᄒᆞᄆᆞᆯ며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고텨 므슴ᄒᆞ료.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病)으로 늘거가뇌.
이 듕에 바라ᄂᆞᆫ 일은 허므리나 업고쟈.
 
순풍(淳風)이 죽다ᄒᆞ니 진실(眞實)로 거즛마리.
인성(人性)이 어지다 ᄒᆞ니 진실(眞實)로 올ᄒᆞᆫ 말이.
천하(天下)에 허다 영재(許多英才)를 소겨 말ᄉᆞᆷᄒᆞᆯ가.
 
유란(幽蘭)이 재곡(在谷)ᄒᆞ니 자연(自然)이 듯디 됴해.
백운(白雲)이 재산(在山)ᄒᆞ니 자연(自然)이 보디 됴해.
이 듕에 피미일인(彼美一人)을 더옥 닛디 몯ᄒᆞ얘.
 
산전(山前)에 유대(有臺)ᄒᆞ고 대하(臺下)애 유수(流水)ㅣ로다.
ᄠᅦ 만흔 ᄀᆞᆯ며기ᄂᆞᆫ 오명가명 ᄒᆞ거든,
엇더타 교교 백구(皎皎白駒)ᄂᆞᆫ 멀리 ᄆᆞ음 ᄒᆞ는고.
 
춘풍(春風)에 화만산(花滿山)ᄒᆞ고 추야(秋夜)애 월만대(月灣臺)라.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ᄅᆞᆷ과 ᄒᆞᆫ 가지라.
ᄒᆞ믈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아 어늬 그지 이슬고.



천운대(天雲臺) 도라드러 완락재(玩樂齋) 소쇄(蕭灑)ᄒᆞᆫ듸,
만권 생애(萬券生涯)로 낙사(樂事)ㅣ 무궁(無窮)ᄒᆞ얘라.
이 듕에 왕래 풍류(往來風流)를 닐러 므슴ᄒᆞᆯ고.
 
뇌정(雷霆)이 파산(破山)ᄒᆞ야도 농자(聾者)는 몯 듣ᄂᆞ니.
백일(白日)이 중천(中天)ᄒᆞ야도 고자(瞽者)는 몯 보ᄂᆞ니.
우리는 이목총명(耳目聰明) 남자(男子)로 농고(聾瞽)ᄀᆞᆮ디 마로리라.
 
고인(古人)도 날 몯 보고 나도 고인(古人)을 몯 뵈.
고인을 몯 뵈도 녀던 길 알ᄑᆡ 잇ᄂᆡ.
녀던 길 알ᄑᆡ 잇거든 아니 녀고 엇덜고.
 
당시(當時)예 녀든 길흘 몃 ᄒᆡᄅᆞᆯ ᄇᆞ려 두고,
어듸 가 ᄃᆞᆫ니다가 이제아 도라온고.
이제아 도라오나니 년 듸 ᄆᆞ음 마로리.
 
청산(靑山)ᄋᆞᆫ 엇뎨ᄒᆞ야 만고(萬古)애 프르르며
유수(流水)ᄂᆞᆫ 엇뎨ᄒᆞ야 주야(晝夜)애 긋디 아니ᄂᆞᆫ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우부(愚夫)도 알며 ᄒᆞ거니 긔 아니 쉬운가.
성인(聖人)도 못다 ᄒᆞ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 듕에 늙ᄂᆞᆫ 주를 몰래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시골에 묻힌 어리석은 사람이 이런들 어떠하랴.
하물며 자연을 버릴 수 없는 마음을 고쳐 무엇하랴.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 가네.
​이 중에 바라는 일은 허물이 없고자 한다.

순풍이 죽었다 하는 말이 진실로 거짓말이로구나.
​사람의 성품이 어질다 하는 말이 진실로 옳구나.
​천하에 허다한 영재를 속여서 말씀할까.

그윽한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자연히 좋구나.
​백운이 산에 걸려 있으니 자연히 보기 좋구나.
​이러한 가운데 저 아름다운 분을 더욱 잊지 못하네.

산 앞에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고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서 갈매기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어찌하여 새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을 두는가.

봄바람에 꽃이 산을 덮고, 가을밤에 달은 누각에 차는구나.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이 사람과 마찬가지라.
​하물며 천지만물의 조화 그 오묘함이야 어느 끝이 있을까.



​천운대를 돌아서 완락재가 맑고 깨끗한데
​많은 책을 읽는 인생으로 즐거운 일이 끝이 없구나.
​이 중에 오고가는 풍류를 말해 무엇할까.

벼락이 산을 깨쳐도 귀먹은 자는 못 듣나니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있어도 장님은 보지 못하니
​우리는 눈, 귀가 밝은 남자로서 귀먹은 자와 장님 같지 말아라.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 또한 못 뵈네.
고인을 못 뵈도 행하던 길이 앞에 있네.
그 길이 앞에 있거늘 따르지 않고 어쩌겠는가.

당시에 그 길을 몇 해씩이나 버려 두고
벼슬길을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가.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는 딴 마음을 먹지 않으리.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영원히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가.
우리도 그치는 않고 산같이 언제나 푸르게 살리라.

어리석은 사람도 알며 실천하는데, 쉽지 않은가.
성인도 못 다 행하니,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쉽거나 어렵거나 간에 늙어가는 줄을 모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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