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계 22

<윤지경전(尹知敬傳)> 줄거리

※ 중종 때, 윤지경과 연화 소저 최씨, 연성옹주 3인이 활약하는 애정소설이다. 윤 승상의 아들 윤지경과 최 참판의 딸 연화 소저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어울려 놀며 가까이 지내던 사이였다. 둘은 부모의 허락을 얻어 성례하기로 했다. 그러나 귀인 박씨(경빈)의 청으로 지경은 연성 옹주의 부마로 간택되게 된다. 혼인 후에도 지경은 박색인 연성 옹주를 멀리하고, 연화와 합방한다. 그렇게 귀인 박씨와 옹주 모녀와 갈등하게 되고, 지경은 부마로 간택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임금에게 부러 들리게 하여 유배를 당하게 된다. 다음해 귀인 박씨가 세자를 몰아내려다 실패하여 참수 당하게 되고, 그에 연루된 옹주가 귀양을 간다. 그 사이 유배에서 풀린 지경은 최씨와 다시 만나 가정을 이루는 한편, 역모에 동참하지 않았던 옹주..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파밭 가에서>,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石鏡)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상춘곡>, 정극인

원문 현대어 풀이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못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 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 주인(風月主人) 되어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 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 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ᆡ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