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 29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맹사성

원문 현대어 풀이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閑暇(한가)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有信(유신)ᄒᆞᆫ 江波(강파)ᄂᆞᆫ 보내ᄂᆞ니 ᄇᆞ람이다. 이 몸이 서ᄂᆞᆯ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ᄀᆞᄋᆞᆯ이 드니 고기마다 ᄉᆞᆯ져 잇다. 小艇(소정)에 그믈 시러 흘리 ᄠᅴ여 더뎌 두고 이 몸이 消日(소일)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ᄲᅳ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자연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주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금 따는 콩밭>, 김유정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하다. 고달픈 간드렛불, 맥없이 푸르끼하다. 밤과 달라서 낮엔 되우 흐릿하였다. 겉으로 황토 장벽으로 앞뒤좌우가 콕 막힌 좁직한 구뎅이. 흡사히 무덤 속같이 귀중중하다. 싸늘한 침묵, 쿠더브레한 흙내와 징그러운 냉기만이 그 속에 자욱하다. 곡괭이는 뻔질 흙을 이르집는다. 암팡스러이 내려쪼며, 퍽 퍽 퍼억. 이렇게 메떨어진 소리뿐. 그러나 간간 우수수 하고 벽이 헐린다. 영식이는 일손을 놓고 소맷자락을 끌어당기어 얼굴의 땀을 훑는다. 이놈의 줄이 언제나 잡힐는지 기가 찼다. 흙 한줌을 집어 코밑에 바짝 들여대고 손가락으로 샅샅이 뒤져본다. 완연히 버력은 좀 변한 듯싶다. 그러나 불통버력이 아주 다 풀린 것도 아니었다. 밀똥버력이라야 금이 온다는데 왜 이리 안 나오는지. 곡괭이를 다시 ..

<화산중봉기(華山重逢記)> 줄거리

* 줄거리 김선옥의 조부인 김완국이 간신의 모함을 받아 적소(謫所 귀양지)로 떠나 죽고 가족들은 고향인 안동으로 낙향한다. 고향에서 지내던 중 김선옥은 절에서 수학(修學 학문을 닦음)하게 되는데, 집에 몰래 내려와 보니 부인의 침소(寢所 사람이 잠을 자는 곳) 사창(紗窓)에 남자의 의관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부인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오해하고 가출하여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이에 부친인 김 처사는 아들을 찾아 주는 사람에게 가산(家産)의 반을 준다고 한다. 그러자 재산을 탐낸 팔촌 김형옥이 김선옥과 용모가 비슷한 인물을 데려오니 모두 반기나 김선옥의 처(이 씨)만은 가짜임을 알아보고 남편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친정으로 쫓겨난다. 이 일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임금이 알게 되는데, 이에 임금은 진 어사를..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개구리> 줄거리, 김성한

개구리들은 제멋대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날짐승들이 독수리를 왕으로 모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얼룩이는 우리도 지도자를 뽑아서 질서를 가진 동물이 되자고 제안하지만 초록이는 이에 반대한다. 사자를 위시한 산짐승들의 떼를 보고는 개구리들은 올림푸스 산의 제우스 신에게 가서 개구리의 지도자를 보내 달라고 한다. 제우스는 개구리의 그러한 생각이 '노예 근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개구리들이 계속 지도자를 원하자 보내 주겠다고 한다. 그후 연못에 통나무가 굴러온다. 초록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가 아니라, 편의라면서 통나무 위에서 즐겁게 지낸다. 이에 불만을 가진 얼룩이는 다시 제우스를 창아가 개구리의 총의를 조작해서 고하고 황새를 지도자로 데려온다. 얼룩이는 재상이 되어서 개구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