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능 29

<사미인곡>, 정철

원문 현대어 풀이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ᄒᆞᆫᄉᆡᆼ 緣分(연분)이며 하ᄂᆞᆯ 모ᄅᆞᆯ 일이런가. 나 ᄒᆞ나 졈어 닛고 님 ᄒᆞ나 날 괴시니, 이 ᄆᆞ음 이 ᄉᆞ랑 견졸 ᄃᆡ 노여 업다. 平生(평ᄉᆡᆼ)애 願(원)ᄒᆞ요ᄃᆡ ᄒᆞᆫᄃᆡ 녜자 ᄒᆞ얏더니, 늙거야 므ᄉᆞ 일로 외오 두고 글이ᄂᆞᆫ고. 엇그제 님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 그더ᄃᆡ 엇디ᄒᆞ야 下界(하계)예 ᄂᆞ려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ᄂᆡ마ᄂᆞᆫ 눌 위ᄒᆞ야 고이 ᄒᆞᆯ고. ᄆᆞ음의 ᄆᆡ친 설음 疊疊(텹텹)이 ᄡᅡ여 이셔, 짓ᄂᆞ니 한숨이오 디ᄂᆞ니 눈믈이라. 人生(인ᄉᆡᆼ)은 有限(유ᄒᆞᆫ)ᄒᆞᆫᄃᆡ 시ᄅᆞᆷ도 그지 업다. 無心(무심)ᄒᆞᆫ 歲月(셰월)은 믈 흐ᄅᆞ듯 ᄒ..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파밭 가에서>, 김수영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石鏡)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만분가>, 조위

원문 현대어 풀이 천상 백옥경(白玉京) 십이루(十二樓) 어듸매오 오색운 깁픈 곳의 자청전(紫淸殿)이 가려시니 천문(天門) 구만 리(九萬里)를 꿈이라도 갈동말동 차라리 싀여지여 억만(億萬) 번 변화하여 남산(南山) 늦즌 봄의 두견(杜鵑)의 넉시 되여 이화(梨花) 가디 우희 밤낫즐 못 울거든 삼청 동리(三淸洞裏)의 졈은 한널 구름 되여 바람의 흘리 날아 자미궁(紫微宮)의 날아 올라 옥황(玉皇) 향안전(香案前)의 지척(咫尺)의 나아 안자 흉중(胸中)의 싸힌 말삼 쓸커시 사로리라 어와, 이내 몸이 천지간(天地間)의 느저 나니 황하수(黃河水) 말다만난 초객(楚客)의 후신(後身)인가 상심(傷心)도 가이 업고 가태부(賈太傅)의 넉시런가 한숨은 무스 일고 형강(荊江)은 고향이라 십 년을 유락(流落)하니 백구(白鷗)와 ..

<상춘곡>, 정극인

원문 현대어 풀이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못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 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 주인(風月主人) 되어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 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 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ᆡ 다..